법률가 노무현 (퍼온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우리가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면, 그 분이 사법고시를 합격한 변호사라는 점입니다.

국가를 이끄는 리더로서 그 분이 보여준 리더쉽은 법과 절차를 존중하는 부분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본인이 법을 공부한 변호사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권위주의적인 대통령에 길들여져 있던 사람들은, 분명 스스로 대통령의 권위를 내던진 그 분이 마치 돈키호테마냥 멋대로 행동했다고 생각하는게 아쉬웠습니다.

아래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 홈페이지에 올린 어느 분의 글로, 재임기간 동안 언론이 보여준 선동내용을 잘 보여주고 있어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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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


지난 5년간 '헌법을 무시하는 노무현', '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이라는 식의 구호를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언론에서, 한나라당에서, 일부 시민단체에서 무수히 반복해 온 그 구호는 얼마나 사실일까요?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을 경시했는지 아닌지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생각이 헌법의 올바른 해석인지 아닌지 밝히는 것은 지극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조금 간단하게, 헌법전문가들, 즉 헌법학 교수나 헌법학자들의 견해에 비추어 판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노 정부의 고질병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시하고 매사 어물쩍 대충대충 국가 대사를 결정하는 것(2006.12.14, 동아일보)”이라고 말한 바 있으니,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보는 방법은 한나라당도 찬성할 것 같습니다 ^^

아래는 참여정부에서의 헌법적 논쟁 중 몇 가지만 추려서 간단히 정리한 것입니다.

<표>

노무현대통령

야당

학계다수견해

총리서리

폐지

폐지

폐지

김두관 장관 해임 건의

수용하지 않겠다.

수용해야 한다.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

탄핵소추

부당

정당

부당

대통령의 중립의무

헌법적 근거 없다.

헌법의 요청이다.

직접적 근거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범위

잠정적 현상유지
(강금실 법무장관)

무제한

잠정적 현상유지

고건 총리의 각료제청 거부

만류 ? 수용

대통령이 헌법을 어긴 것(박근혜)

노통의 무리수(민노당)

총리의 임명제청권은 형식적 권한에 불과.

행정수도 위헌 판결

(관습헌법 판결)

부당

정당

부당

개헌

필요

무시, 뜬금없다.

필요




• 총리서리 - 참여정부 들어 '총리서리'가 없어지고, '총리권한대행'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습니다. 학계의 오랜 요구가 수용된 것입니다.


•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 - 국회의 해임건의안은 존중은 하되,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이 보편적인 해석입니다. 물론 반대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우리 헌법의 모든 조항을 최대한 내각제적으로 해석하는 김철수 교수님 같은 분이 반대하십니다. 신문에는 어떤 교수님 칼럼만 실리는지는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죠? ^^


• 탄핵소추 - 탄핵소추에 반대하고, 탄핵기각을 촉구하는 법대교수님들의 견해는 너무 많아서 정리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당장 눈에 띄는 것만 해도 '탄핵심판사건에 대한 의견서'가 있는데 여기 참여한 법학교수만 135 인입니다. 물론 그밖에도 아주 많습니다.


• 대통령의 중립의무 - 대통령에게 선거법상의 중립의무가 적용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가능하므로 여기서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선거법상 중립의무의 근거가 되는 헌법 제7조 제2항은 직업공무원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 교과서가 보이는 태도입니다.


•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판결(관습헌법판결) - 비판하는 견해가 다수입니다.


•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 - 잠정적인 현상유지에 국한된다는 견해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 고건 국무총리가 각료제청을 거부한 사건 -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고려할 때, 국무총리의 제청은 형식적 의미만을 갖는다는 다수설에 의하면, 고건총리가 각료제청을 거부한 것이 오히려 잘못이라 할 것입니다.


• 개헌제안 - 구체적인 시기나 개헌범위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헌법학자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상의 설명은, 학설의 논의를 제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간략히 요약한 것일 뿐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를지도 모릅니다. 또 다수설인지 소수설인지가 항상 분명한 것도 아니며, 항상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다수와 소수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고, 다수의 학자가 주장한다고 해서 꼭 옳은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노대통령이 전문가를 무시한다거나(나경원), 이단적 법률가(세계일보)라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견은, 위에서 정리한 경우 외에도, 헌법학계에서도 다수견해이거나 최소한 유력한 견해일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인상과는 달리, 노무현 대통령은 헌법적 쟁점에 대해 아주 온건하고 주류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이나 발언이 헌법적 논쟁으로 번지면, 노대통령에 반대하는 학자만 찾아내서 인터뷰하고, 칼럼을 게재하는 식으로 노대통령이 무슨 괴짜 혹은 돈키호테인 양 몰아갔습니다. 가령 노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면, 해임건의안은 구속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김철수 교수님 칼럼만 나가고, 강금실 장관이 대통령권한대행의 직무범위가 한정적이라고 말하면, 권한범위에는 제한이 없다는 권영성 교수님 칼럼만 나가는 식입니다. 정치적 입장이 뚜렷한 이석연 변호사 같은 분을 '대표적인 헌법전문가'(연합뉴스)로 소개해서 인터뷰하는 것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헌법경시'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일조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반대하는 견해만 게재됨으로써, 그 반대견해가 실제로는 소수견해인데도 마치 헌법에 관한 정통적인 견해인 것으로 오인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헌법에 관하여 마치 한 가지의 해석만 가능한 것처럼 기사를 쓰는 것입니다.


우리 헌법은 많은 경우 다의적이며, 이는 어느 정도 의도적인 것입니다. 다원적인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하고, 그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토론을 통해서 찾을 수 있도록 일부러 여백을 만들어 둔 것입니다. 하지만 신문/방송이 헌법에는 한 가지해석만 존재하고, 자신들의 생각이 그 유일한 해석인 양 계속 광고한다면, 헌법은 우리 국민의 행복의 토대가 되지 못하고 족쇄로 전락해 버릴 것입니다.


2. 언론의 왜곡이 효과를 발휘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말한 것처럼, 헌법문제에 관한 우리 언론의 왜곡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런 왜곡보도를 국민들이 쉽게 믿는 이유는 뭘까요? 많은 국민들이 정말로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한 대통령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다른 이유가 또 있지 않을까요?


참여정부에 들어서 처음으로 '법의 지배'가 실현되었다는 점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봅니다. 과거 정권에서는 대통령도 헌법, 법률의 지배를 받을 수 있다는 관념 자체가 미약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참여정부에서는 선관위, 법원,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들이 각기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서도 법적인 심판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도 헌법기관이고 선관위, 헌재 등도 헌법기관입니다. 이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내 놓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처음 보는 모습이라 그런지, 이런 의견 불일치에 다소 당황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언론의 선동에 따라 '대통령이 법을 무시해서 자꾸 문제가 생긴다'는 가장 안이한 설명을 그냥 받아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다양한 학설이 항시 대립하는 법학의 속성도 언론이 이용하기에 좋았던 것 같습니다. 모든 학문에는 학설의 대립이 있지만, 특히 헌법학은 학설대립이 매우 격렬한 편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헌법조문을 따라 쟁점이 체계적으로 배열되다 보니, 어떤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견해를 찾기도 쉬운 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주장을 하든, 언론은 손쉽게 반대학설을 찾을 수 있었고, 그리고 그 반대설이 마치 유일하게 옳은 해석인 양 지면에 내보낸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언론의 선전은, 다양한 학설의 존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들에게 쉽게 먹혀든 것으로 보입니다.


3. 언론의 주된 수법


그냥 생각이 나서 부록처럼 덧붙입니다. 법리논쟁을 왜곡하는 언론의 주된 수법 중 하나는 논란의 대상이 된 조문 하나만 따와서 들이대는 것입니다. 가령 고건 전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각료제청을 거부해서 개각이 지연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언론, 야당 등은 헌법 제87조 제1항을 앞세워 고건 총리를 옹호했습니다.


제87조 ①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조문만 보면 고총리의 행동이 정당한 것 같지요? 하지만 우리 헌법에는 다른 조문도 있습니다.


제 86조 ②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제87조 ②국무위원은 국정에 관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며, ~


이와 같이 대통령의 지시권을 명시한 조항이 있기 때문에, 국무총리의 제청권은 형식적 권한에 불과하다는 것이 다수 학자의 견해입니다.


헌법 혹은 법률은 여러 조문의 체계적인 결합이므로, 이를 논리적으로 연결해서 해석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언론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한 조문만 따와서 공격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언론이 좋아하는 또 하나의 수법은 '그놈의 헌법'과 같은 특정 발언을 문맥과 상관없이 무한 반복하는 것입니다. 저는 결과적으로는 '그놈의 헌법' 발언이 없었다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한다면, 그 발언은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헌법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헌법을 경시해서 하신 말씀이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출처 : http://board.knowhow.or.kr/bestview/view.php?start=0&data_id=38611&mode=&search_target=&search_word=

by 그냥 | 2008/04/12 21:04 | 정치/시사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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