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거로 가고 있다.

작년 대선에 대한 분석 중, 여러 가지 프레임(틀)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핵심을 잘 찌른 것이 '과거냐, 현재냐, 미래냐'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과거는 이명박이고, 현재는 정동영이고, 미래는 문국현이었다.

이명박이 하겠다고 한 것, 또 실제로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70년대에 우리 나라 정부가 해왔던 국정운영방식이었다. 물론 이건 21세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지만, 중요한 건,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현재가 너무 고달픈 나머지 과거에 대한 향수에 깊이 빠져 이를 선택했다는데 있다.

강한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고도의 경제성장. 사람들은 이것을 그리워했고 그래서 이명박을 선택했다.

[관련기사] 이대통령, 관할경찰서 직접 방문.."일선경찰 너무 해이" 질책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2&sid2=249&oid=001&aid=0002024468

이 기사를 보고 든 첫 번째 생각은 '전시행정'이었다.

물론 이명박의 과거 행적을 보면 위 모습 또한 충분히 예견되어지지만, 문제는 이제 그가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위와같은 무식한 대처로 인한 파급효과가 이제는 국가 전체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유아 유괴 및 살해에 있어 경찰에 수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면, 행정부 수반이 해야할 첫 번째 일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다. 더군다나 같은 실수, 같은 잘못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일선 경찰의 행동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면 현재 경찰 조직이, 또 수사 시스템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보고 이를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일선 경찰들이 제대로 하는지는 해당 경찰서장이 책임지고 관리하면 된다. 대통령이 직접 챙길 것 같으면 뭐하러 각 중간 관리자를 뽑아놓겠는가?
 
또 만약 문제의 원인을 분석한바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선 경찰서장이 잘못한 것이라면 역시 그 상급자가 해당 경찰서장에게 징계를 내리거나 해서 잘잘못을 수정하게 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조차 안될 때, 즉 현재의 경찰 조직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 그 때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래서 모든 조직에서 최상급자가 직접 현장에 나오게 되면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왜냐 그것은 그 조직 전체가 대통령이 직접 챙기면 되지 않을 정도로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지금 상황이 그러한가? 100번을 고쳐 생각해도 그런 상황은 아니다. 유아 유괴 사건에 대한 경찰에 대처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경찰 조직이 이를 바로 잡을만한 능력이 과연 없는가? 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경찰서를 왔는지는 너무나 뻔하다. 유아 유괴사건이 계속 언론에서 이슈가 되고 있으니까, 내가 대빵으로써 밑에 있는 애들 교육을 좀 시켜야 겠다. 딱, 이거다. 그리고 국민들이 관심있어하는 것, 직접 챙기니까. 나 멋지지? 딱, 이거다. 죄송하지만.. 이명박 대통령님. 대한민국 행정부는 무슨 10여명이 모여서 몰려다니는 폭력조직이 아닙니다. 리더는 시스템을 관리하고, 개선하고, 이러한 시스템이 원활히 동작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의 절차를 무시하고, 뒤흔들어서, 시스템의 구성원들이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게 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시스템은 경직되고 더 나아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시스템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라인은 비활성화되고,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활성화되어 비리와 부정이 더 커지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큰 문제는 저러한 이명박 대통령의 실속없는 쇼맨쉽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과거의 군부독재정권이 왜 문제였는지, 나의 선배세대가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이루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사람 안잡아가고, 고문 안하니까. 민주화가 좋은 것 아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도 법 집행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게 필요하다. 심판이 심판 역할을 보지 않으면 경기가 엉망이 되듯이,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시장 경제는 엉망이 된다.

생각할줄 아는 '뇌'를 가진 사람들이여.
제발 투표하시라.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정말 황당한 코메디를 많이 보여주었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70년대의 사고방식으로, 21세기에 일어나는 문제를 처리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얼마나 우낀 일이 벌어질지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정말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by 그냥 | 2008/03/31 18:07 | Diar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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