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에 부쳐...


 1. 아직 끝난게 아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부시가 엘고어를 이기고 당선되었을 때, '부시가 당선되어도 자살하면 안되는 이유'라고 부시의 문제점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던 감독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이 떠오릅니다.

 이명박 당선에 부쳐, 암울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앞날, 자신에게 닥쳐올 우울한 상황을 걱정하고 계신 분들이 떠오르면서 그 글이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5년동안 그 소리를 들으며, 그 얼굴을 바라보면 살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옵니다만, 그렇다고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죠. 각자의 위치에서 현실 문제를 개선해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대선은 그러한 일을 가장 잘 할 것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앉히는게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집중한 건지. 그러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들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마 더 열심히 살아야 할 듯 합니다.


 2. 지금부터라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명박을 뽑아주신 분들을 우매하다거나, 노망났다고 얘기하는 것은 자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믿는 것. 내 가치관만큼 상대의 가치관도 옳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 선택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모든 사람이 좀 더 행복해지고, 평화로워지는 방법에 있어 분명 이명박 후보가 내건 공약과 정책방향보다는 문국현 후보가 내건 공약과 정책방향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문국현을 지지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그것을 얘기하는 세력이 주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대선에서는 주류가 아님을, 그 정책이 나오게된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가치. 그 의식을 공유하는 사람이 소수임을 절감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100만이 넘는 사람이 여기에 지지를 표했다는 사실에 위로하며, 이제 그 세를 더 불려나가야 하는 거죠.

 그리고 이제는 정말 가치의 연대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진보 아니면 무조건 보수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갖혀서, 몰가치한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정치. 그것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국민의 머릿 속에 정치란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그들끼리 정권연장을 위해 이합집산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선택지가 '진보', '보수'그 둘 밖에 없기 때문에 '진보'가 맘에 안들면 '보수'를 찍어야 한다고만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보수'가 맘에 안들면 '진보'를 찍어야 하구요. 그러나 신당이 진보세력인지도 의심스럽지만, 한나라당이 보수세력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그냥 '진보'나 '보수'는 세력 구분을 위한 이름표일뿐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문제는 그 이름표가 어울리지 않는 세력에 그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 나라 정치권에서 '진보'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 있는 것은 이번 대선에서는 민노당과 한국사회당 정도였다고 봅니다. 보수는 애초에 우리 나라에 존재하지도 않았구요.

 대한민국에는 분명 대안세력들이 있습니다. 그 대안세력의 일부가 신당으로 갔고, 그 나머지 일부가 창조한국당을 만들었다는 것이 제가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그러나 신당은 너무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신당 창당 과정에서 흡수된 대안세력이 주목받기 보다는 지금까지 한국정치계를 이끌어왔던 분들이 주목 받는게 현실이었죠.
 그리고 실질적으로 대안세력들만이 모여서 결성한 창조한국당과 문국현 후보는 매스미디어가 붙여준 '범여권'이라는 꼬리표에 묶여서 제 3의 세력이 아니라, '여권과 비슷하지만 따로 나온 애들'정도로만 인지되었습니다. 뭐, 이번 대선이 지나면서부터는 여러 분위기로 보아 또 하나의 민노당이 될 것이고 그러면 좀 인식이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사실 창조한국당에서 이야기하는 가치는 과거의 '진보', '보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정신과 정확히 상통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또 하나의 소수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 내에서도 주류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간절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칭 '진보'라고 얘기하는 세력들을 무지무지하게 원망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기존 패러다임에서는 '보수'를 찍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자칭 보수정당이라고 스스로를 자리매김해왔던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 준거죠. 지난 지방자치제 선거나 보궐선거에서 보아왔듯이, 이번 대선에서 누가 나왔더라도 한나라당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었다고 봅니다. 어느 논설위원의 말마따나 그나마 이명박이 나왔기에 지지율이 이것밖에 안나온 것이지, 만약 박근혜가 대선후보로 나왔다면 거의 70%에 육박했을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이념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금 의식있는 분이라면 현 민생문제를 해결해줄 후보를 원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면 대선을 하나의 게임처럼 받아들여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게임이 재미없다고 느낀 분들은 기권하겠죠. 실제로 많은 분들이 기권하셨죠.

 지난 10년. 자신의 삶이 고단하였다고 해서, 그 고단함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IMF를 만들었던 세력에게 권력을 준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선택지가 '현재'와 '과거' 2개 밖에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현재'가 싫어서 '과거'를 선택하신 겁니다. 저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세력'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선택이 안타깝습니다. 그 분들 입장에서는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그 분들이 정말 대안세력이 존재함을 인지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텐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선은 저의 부족한 현실감각을 통감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갭을 처절하게 느꼈다고 할까요? ^^

 그래도 인간 문국현의 발견은 제 개인적으로는 물론, 이 사회에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찍기는 했지만 인간 노무현에 반해서 찍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저 자신도 낡은 패러다임에 갖혀 개혁세력에게 표를 준다는 마음이 더 컸죠. 인간 노무현을 알게 되고 감동한 것은 오히려 그 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후부터였습니다. 

 반면 문국현은 애초에 에니어그램 유형 분석을 하면서, 인간 문국현에 대해서 반하게 되었습니다. 에니어그램에서 일반적으로 5번 유형이 쉽게 도달하기 어려운 매우 높은 의식 수준에 있음을 분석하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친구에게 성장한 5번 유형의 모델로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를 예시로 든 적이 있습니다. 지금 문국현의 의식 수준이 딱 그 상태입니다.
 문국현은 단 4개월만에 100만이 넘는 표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전국 단위의 정치 조직을 만들었고, 충성도가 매우 높은 지지층을 전국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정치권이 해왔던 것처럼 다른 정당의 국회의원을 빼오거나 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점. 즉 세를 불리기 위한 어떤 인위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 오직 문국현 개인과 그가 얘기는 비젼과 가치만으로 이루어낸 점. 대한민국에 이런 정치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분명 우리에게는 희망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그가 말하는 내용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다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에 희망입니다.

 문국현 후보가 18일 종각역 유세에서 했던 말씀이 떠오르는 군요.

 "여러분들이 희망입니다."
 

by 그냥 | 2007/12/20 03:10 | 정치/시사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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