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아니라니까요....

문국현 후보의 제안이 '단일화'로 보도되는 것을 보며..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문국현 후보가 제안한 것은 단일화가 아닙니다.

'정동영, 당신과 나. 진검승부해서 진쪽이 과감하게 패배를 인정하자'

反이명박 세력의 표가 분산되는 것은 막아야한다는 생각에는 공감하지만, 문국현 후보는 물론이고 그 지지자들은 애초에 정동영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정동영 후보식의 정치공학적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지지자들은 그나마 희망을 가졌던 문국현 후보에게조차 등을 돌리고.. 다른 후보를 찍거나, 아예 기권해버릴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리고 현재는 문국현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정말 정책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실제로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얘기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두 후보가 끝장 토론을 벌이게 되면 진정한 정책 대결이 선보일 수도 있습니다. 두 후보 특성상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는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이는 현 선거가 정책검증이 아닌 이명박 개인의 도덕성 검증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기형적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문국현 후보가 단일화를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퍼즐맞추기님의 블로그를 보시기 바랍니다.

퍼즐맞추기님의 블로그 http://doapuzzle.tistory.com/86



저는 에니어그램 전문가이니만큼, 에니어그램으로 문국현 후보를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애초에 문국현 후보가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것 자체가 우낀 일이지만. (문국현 후보 측은 스스로를 여권으로 지칭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끊임없이 단일화를 얘기하는 정동영 후보도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단일화'는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정치판의 프레임입니다.

그러나 문국현 후보는 애초에 처음부터 '대안'. 그리고 그 대안은 기존 사회의 틀을 깨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형태로 나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문국현 후보측의 표현을 빌자면, 문국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는 '과거 세력'이고, 문국현 후보는 '미래 세력'입니다.
여기에 창조한국당의 정범구 의원은 그래도 현 정부에 조금 후한 점수를 줘서, 현 집권당을 '현재 세력'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3자 구도로 정치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개혁'을 부르짖던 386의원과 '진보'라고 자청하는 민노당이 한나라당과 똑같은 정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500만개 일자리의 실현 방법이 구체적인 정책이 아닌 '학습 조직 모델'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국현 후보는 현 사회의 문제를 딱 2가지로 정리해냅니다.

에니어그램 5번 유형답게, 핵심만 짚어내는 스타일입니다.

하나는 부패로 인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고 있는 점.
다른 하나는 학습을 통한 인재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

사실 문국현 후보를 제약하는 가장 큰 적은 이미 사람들 머릿 속에 굳어진 패러다임입니다.
여기에 매스미디어는 모든 문국현 후보 측 발표 내용을 전문 그대로 싣지 않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의 틀로 재해석해서 기사화함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이 애초에 전달된 여지마저 없애버렸습니다.

그리고 기존 정치권은 당연히 자신들이 알고있는 패러다임으로 문국현 후보를 해석하고 그 틀 안에 집어 넣으려고만 합니다.

그러나 문국현이 희망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제시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발전방향. 새로운 패러다임에 있습니다.

단순히 기존 정치판이 낡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애초에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로 설명되는 진영이 아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런에도 이 둘을 표방한 것은, 그것이 편가르기에 유용했기 때문입니다.

에니어그램에서 8번 유형 문화를 가진 대한민국은 모든 면에서 피아 구별이 쉬운 대립구도를 지향합니다. 그러한 때에 외국의 진보, 보수 개념이 정치판에서는 유용했던 것이죠. 또 배운 사람들은 그게 정치 선진국에서 하는 것이니까, 우리 나라 현실도 그렇게 틀을 짜야한다고 본거구요. 그러나 이것은 이념에 현실을 짜맞춘 것이지, 실제로 각 정당과 정치인을 보면 진보, 보수 이렇게 원래의 이념하고 들어맞는 경우가 드뭅니다.

즉 기존 정치인은 낡은 패러다임에 매여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문국현 후보가 얘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단지 문국현 후보만의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많은 지식인들이 얘기하고 있는 것이며,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핵심 세력은 바로 이 패러다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래서 문국현 후보 진영은 '가치가 같은 사람'과는 같이 갈 수 있다. 그래서 인물 중심이 아닌 '가치 연대'가 가능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것이 여전히 낡은 패러다임에 갖혀 정치공학적인 합당과, 무조건 머릿 수 줄이기로만 이루어지는 단일화만 아는 분에게는 생소하겠지만.

물론 현재 문국현 지지자 중에는 위와 같은 패러다임의 이해 없이 단지 그의 이미지만을 보고 추종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문국현 후보는 단순히 이미지에 기대어 나온 대통령은 아닙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계속 그 수준으로 내리려고 애쓰고 있지만)

사실 문국현 후보는 물론 그 지지자 입장에서는 그렇기때문에 단일한 논의로 빠져드는 것 자체가 자살 행위로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신문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매스미디어는 문국현 후보를 정동영 후보와의 단일화 대상 외에는 거의 조명조차 하지 않으니.

결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문국현 후보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제시하는 패러다임의 틀 속으로 자신을 내던진 것입니다. 덕분에 이번에는 제안 내용 전문이 그대로 실리면서 이슈화가 되었죠. 하지만 이것이 문국현 후보를 '기존 패러다임의 틀에서 해석해도 좋아' 는 아닙니다.

'단일화' 얘기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하세요-"

P.S. 만약 '단일화'를 2명 이상의 후보가 1명으로 줄어드는 것만을 얘기하는 거라면 단일화 맞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치판에서 쓰이는 '단일화',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이 인식하는 '단일화'의 개념에는 2명 이상의 후보가 '연합'해서 1명의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국현 후보가 얘기하는 것은 '단일화'가 아닙니다.

by 그냥 | 2007/12/05 02:54 | 정치/시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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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oldmund at 2007/12/05 04:43
뭐 숫자가 2에서 1로 줄어든다는걸로만 따지면 단일화가 아니라고 하기는 힘들죠. 그래도 단일화관해 뭐니뭐니해도 인터넷상에서 제일 짜증나는 반응중 이런게 있습니다.
몇달전까지만해도 듣보잡이던 문국현이란 사람이 인지도올려서 비싼값에 팔아먹었다. 정동영세불려주고 한자리 먹으려고 한다... (나원참, 팩트는 알아봐야지 이사람들이;;;;)
Commented by 그냥 at 2007/12/12 14:05
Goldmund / PS로 달아놓은 것처럼 산술적인 의미에서는 단일화 맞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치판에서 단일화는 그보다는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어떠한 관점,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틀 안에서 사실을 바라보죠. 그 틀을 내려놓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한, 서로 관점의 틀이 다른 사람간에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fact 얘기는 참 무의미하죠.

맑은 영혼 / ^^; 제가 많이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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