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불가능한 한국의 언론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례로 지금까지 언론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솔직히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는 두 가지 때문일 것이다.

1. 사실이 왜곡되는 문제
언론이 사실을 왜곡해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정책 집행자 위치에서는 해당 정책을 설명하고 구성원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것이 그대로 설명 안되는 것이 답답한 것이다.

2. 언론이 권력과 유착하여 행동하는 점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이례로 일관된게 Focus를 맞추고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탈권위이고, 하나는 모든 유착 관계를 제거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있는 대통령직부터 이를 시작해나갔다. 그 다음 검찰. 그 다음 각 정부부처. 노무현 대통령은 1번 유형답게 매우 획일적인 구도로 사안을 판단하는데, '유착' 그 자체를 안좋게 본다. 물론 덕분에 각 정부기관은 예전 같으면 사소하게 여겼을만한 유착 관계조차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언론만은 그것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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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기업체이지만, 실제로 언론이 맡고 있는 사회적 위치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이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과연 공익과 수익이 충돌할 때, 공익을 우선시 할 수 있는가?
더군다나 그 책임의 범주가 애매하고, 잘못을 했을 때의 제재수단이 사실상 없는 경우, 기업이 스스로 수익보다 공익을추구하겠는가?

한국에서 언론을 직접 상대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기자들이 직접 쓰는 기사는 매우 드물다.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기자들의 역할은 외부에서 들어온 보도자료를 재해석하고, 이를 요약하여 기사로 만들어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편집방향에 맞추어 보도자료를 재해석하여 기사로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언론사는 기업체이기 때문에, 자신의 수입원에 대해서는 결코 공정한 해석을 할 수 없다. 보통 신문사에서 기업체가 제공하는 보도자료가 그대로 신문에 실리는 경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시간은 없는데 기자가 해당 내용에 대하여 무지한 경우(전문 기술,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촉박하게 기사에 실어야 할 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돈을 많이 주는 광고주의 보도자료 경우이다.

전자는 기사는 내고 싶은데 그러한 정보를 처리할 능력은 없는 신문사가 욕심을 내면서 생기는 문제이고, 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사가 기업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 한 절대로 바뀔 수 없는 문제이다. 생각해보면 전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종이 신상품이 되는 언론기업으로서는 금지 시킬 수 없는 일이니, 결국 둘 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막을 수 없는 문제이다. 언론사도 돈을 벌어야 하고, 기자들도 월급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에는 여기에 한 가지 더하여, 매우 웃지못할 관습이 하나 있는데 일명 '기사 배끼기'이다. 이 기사 배끼기는 메이저 언론사가 잡아낸 최신 기사를 영세 언론사가 배껴 써내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특이한 소재꺼리에 대해서 인터넷 신문 등이 먼저 잡아내자, 메이저 언론사가 영세 언론사 것을 배껴쓰는 일도 흔하다. 아무튼 기자 수는 한정되 있고 정보는 넘쳐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웃지못할 촌극이기는 한데, 문제는 배끼는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취재한 기사처럼 창작을 해데는 것에 있다. 나 같은 경우 예전에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신문사 기자가 마치 직접 인터뷰까지 한 것처럼 글을 썼었다. (물론 인터뷰한 것은 다른 언론사 기자였다.) 그리고 배낄 때는 당연히 원천소스를 알지 못한 채, 이미 다른 언론사에 의해 한 번 재해석된 자료만을 근거로 작문을 하게 되기 때문에, 사실뿐만 아니라 원 기사를 작성한 사람의 시각마저 그대로 복사되어 재생산된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실에서 담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담합' 운운한 것은 분명 잘못된 비판이다. 나는 청와대 기자실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기자들이 몇몇 기자를 중심으로 담합해서 쓰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경향신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아마 옛날 기자실의 모습만을 가지고 노무현 대통령이 문제를 지적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잘못 지적했지만, 문제점 자체는 정확히 지적을 했다. 마치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동일한 내용의 기사가 여러 언론사에 복제되어 나가는 것은 문제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데 큰 걸림돌이 되게 하고 있다. 특히나 포털 사이트에서 신문기사를 그대로 실어나르게 되면서 이 속도는 비약적으로 증가하여, 거의 실시간으로 마치 바이러스나 웜이 퍼져나가듯이, 누군가 기사 하나를 왜곡된 시각에서 작성하면 그것이 여러 언론사에 복제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정보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도 실시간으로 생긴다.

현재는 이것을 통제하거나,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에 징계를 내리는 장치가 없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는 그러한 것을 만드려는 아주 작은 시도조차 '언론 죽이기'로 나타나서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유지되는한 언론은 스스로 자정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내 생각에는 마치 탄핵처럼 온국민이 언론을 불신임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미 언론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기는 하다.)

나는 그래서 언론을 믿지 않는다.



사족.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사회적 혼란이 증가되었다고 말하지만, 지금과 같은 언론 구조에서는 노무현이 아니라 누구라도 사회적 혼란을 쉽게 야기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마치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처럼 인식하게 되는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 때에 와서야 이 문제가 표면화되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의 정부는 어떤식으로든 언론과 유착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부에서 언론을 콘트롤 할 수 있었다. 반면 노무현은 본인의 신념데로 그 어떤 유착관계도 만들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가 오히려 정보 공개에 폐쇄적이다라고 기자들에게 지적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기자들과 유착관계를 갖게 되는 그 어떤 행위도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 재밌는게 정부가 직접 자기 언론을 만들어서 대응한 케이스는 참여정부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나라에서 그런 케이스가 있으면 알려달라)

by 아사검 | 2007/01/17 02:31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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